뇌성마비를 앓고 있어 입을 제대로 다물 수 없는 7살 현경이는
늘 입에서 침이 흘러내립니다.
1살 위의 오빠 성민이는 그런 현경이의 입가를 맨 손으로 쓰윽 닦아주지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조순성 씨 부부의 입가에는
어느새 따스한 미소가 번집니다.
가족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는 이 가족의 꿈은
아주 평범하게도 차를 타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조순성 씨 가족이 이런 꿈을 꾸게 된,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현경이의 아기 때 사진들]
미소 천사, 7살 꼬마 현경이의 일상
조순성, 김유선 부부의 막내 딸 현경이는 뽀얀 피부에 동그란 눈망울이 무척 예뻐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생후 3주, 갑작스레 찾아온 뇌병변으로 경기를 일으키더니 급기야 1급 뇌성마비 진단을 받게 되었지요. 게다가 2년 전에는 갑작스레 간질이 발병했으며 언제 발작을 일으킬 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걷지 못하는 현경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듬직한 오빠 성민이]
올해 7살인 현경이에게 두 발로 똑바로 일어나 걷는다는 것은 그저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몸을 가누기가 어려워 늘 기어다니는 현경이의 손과 무릎은 온통 상처투성입니다. 이런 동생이 안타까운 오빠 성민이는 종종 현경이를 번쩍 들어올려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네요. 그 때마다 현경이는 함박 웃음을 짓곤 하지만 이런 남매를 보는 조순성 씨 부부의 가슴은 아리기만 합니다.
“현경이가 넘어져 상처를 입을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릅니다.
7살이면 나가서 뛰어 놀 나이인데 우리 현경이에게는
그것조차 사치입니다.”
똑바로 앉지 못해 장애인 의자에 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 현경이의 식사를 돕는 일은 아버지 김유선 씨의 몫입니다. 음식을 삼키는 것이 어려운 현경이는 조금만 많이 먹어도 구토를 하며 음식을 그대로 뱉어내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면 늘 긴장하게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런 아이의 몸 상태를 잘 알기에 다른 사람에게 현경이를 맡기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장애인 전용 의자에 앉아 있는 현경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김유선 씨]
현경이의 몸 상태가 이렇다 보니 외출할 때 챙겨야 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일주일에 몇 번이고 병원에 가야 하는 현경이의 외출은 장애인 휠체어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지요. 게다가 간질로 인한 발작이 언제 나타날 지 알 수 없는 상태라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힘든 상황입니다. 때문에 주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데,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요즘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 한 번 이용하려면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있는 성민이]
어느 날 입을 닫아 버린 오빠 성민이
지금은 현경이를 누구보다 듬직하게 지켜주는 오빠지만, 성민이에게도 가슴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8살인 성민이는 또래에 비해 말이 어눌한 편인데요, 어린 시절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바쁜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에 어느 날 말문을 닫아버리면서 언어 장애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조순성 씨 부부는 그런 아들의 이상한 점을 눈치 채기는 했지만, 현경이에게 온 신경을 쏟느라 그리고 두 아이 모두 아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탓에 일찍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해요. 그렇게 치료 시기를 놓친 성민이는 한 때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하는 성민이]
다행히 늦게나마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성민이의 상태는 점차 호전되고 있다고 하네요. 아직 몇 가지 발음이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특유의 애교 만점 성격 덕분에 학교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제법 인기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성민이의 장래 희망은 '경찰' 이 되는 것인데요, 멋진 경찰이 되어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현경이를 지켜주고 싶다는 성민이는 요즘 열심히 태권도를 배우는 중입니다. 아직 8살 꼬마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어른 못지 않게 의젓하지요?
[아빠 김유선 씨 품에 안겨 장난을 치는 현경이와 성민이]
이제 세상 밖으로의 외출을 준비하는 아빠 김유선 씨
조순성 씨의 남편 김유선 씨는 원래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하던 듬직한 가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하지요. IMF의 여파로 사업이 위기에 처하고, 둘째 현경이가 장애가 생기면서 듬직했던 가장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착하고 여린 심성의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사업 위기와 딸의 장애가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하기 시작했고, 결국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세상과 단절되었습니다.
[아빠 김유선 씨 품에 안겨 함박웃음을 짓는 현경이]
그렇게 우울증으로 삶의 의욕조차 잃어버린 남편을 대신해 가족을 부양하는 일은 모두 조순성 씨의 몫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던 유선 씨는 요즘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우울증이 완치 된 것이 아니라서 바깥 출입이 쉽지는 않지만 집에서 아이들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늘 바쁜 아내 대신 그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아이들도 우울해 하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합니다.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조순성 씨 가족]
동물원 나들이가 소원인 조순성 씨 가족
조순성 씨 가족이 꿈꾸는 평범한 소원은 바로 온 가족의 '동물원 나들이' 입니다. 왜 하필 동물원일까요? 그건 바로 아이들이 사람을 너무나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에만 있는 아빠, 일을 하느라 바쁜 엄마와 몸이 불편해 휠체어 없이는 외출도 어려운 현경이... 그래서 늘 집에만 있을 수 밖에 없는 가족. 그 때문에 조순성 씨 부부는 새 차가 생기면 다른 평범한 가족들처럼 동물원에 가서 김밥도 먹고, 아이들에게 동물들도 실컷 보여주고 싶다고 하네요.
[성민이와 현경이의 아기 때 모습]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보내는 즐거운 소풍의 추억을 아이들에게 선물해 주고픈 조순성 씨 부부의 소박한 소원. 그 소원은 곧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 댓글로 조순성 씨 가족에게 따듯한 행복을 선물해 주세요.